블랙홀(black hole)은 우주에서 가장 기이하고도 환상적인 천체라 할 수 있습니다. 물질 밀도가 극도로 높아서 빛조차도 빠져나갈 수 없는 엄청난 중력을 가진 존재입니다. 가까이 접근하는 모든 물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집어삼키는 블랙홀은 모든 사람의 관심과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이 블랙홀의 존재는 최초로 인간의 머릿속에서 태어났습니다. 1783년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영국의 지질학자 존 미첼이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엉뚱한 생각을 하는데, 뉴턴의 중력 법칙과 빛의 입자설을 결합하여 생각했습니다. "별이 매우 무거우면 중력이 너무 강하게 되고 빛조차도 빠져나갈 수 없게 되면 빛나지 않는 검은 별이 될 것이다." 이것이 블랙홀 개념의 첫 씨앗이었습니다. 미첼은 이런 생각을 쓴 편지를 왕립협회로 보냈으나, 당시 과학자들은 이론적일 뿐, 그런 별이 실존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고 무시했습니다. 이런 검은 별 개념은 19세기 이전까지는 거의 무시되었습니다.
1. 블랙홀의 등장
그 후 130년이 지난 1916년 아인슈타인이 우주를 기술하는 뉴턴 역학을 대체하여 시간과 공간이 하나로 얽혀 있음을 밝힌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후, 검은 별 개념이 재등장하게 됩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중력을 구부러진 시공간으로 간주하며, 질량을 가진 천체는 주변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는 이론입니다.
독일의 카를 슈바르츠실트가 이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을 별에 적용하여 방정식의 해를 구했으며, 그 결과 별이 일정한 반지름 이하로 압축되면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강한 중력이 생기고, 그 중심에는 모든 물리법칙이 통하지 않는 특이점이
생긴다는 것을 알아냅니다. 이것이 오늘날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고 합니다. 이는 어떠한 물체가 블랙홀이 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반지름까지 압축되어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반지름 한계치입니다. 이것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그 후 핵물리학이 발전하면서 충분한 질량을 지닌 천체가 자체 중력으로 붕괴한다면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을 하였고, 이 예측은 천문학자들에 의해 관측되면서 입증됩니다. 1963년 미국 팔로마산 천문대는 심우주에서 유독 밝게 빛나는 천체를 발견했는데, 그것이 검은 별의 에너지로 형성된 퀘이사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검은 별이 2세기 만에 마침내 세상에 실마리를 드러내게 됩니다.
블랙홀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국 물리학자 존 휠러이며, 1967년에 처음 일반에 소개되었으며, 블랙홀의 실체가 발견된 것은 1971년입니다. 1971년 블랙홀 후보로 백조자리 X-1을 발견했습니다. 1974년 스티븐 호킹과 깁 손 사이에서 백조자리 X-1이 블랙홀인지 아닌지 의견이 달랐지만 1990년 관측자료에서 특이점의 존재가 입증되어, 깁 손의 백조자리 X-1이 블랙홀이라는 주장이 이기게 됩니다. 2005년에는 우리은하 중심에서도 블랙홀이 발견되었는데, 최신 관측자료에 따르면 전파원 궁수자리 A 별이 태양 질량의 430만 배인 초대질량 블랙홀임이 밝혀졌습니다.
2. 블랙홀의 존재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초고밀도의 블랙홀은 중력이 강력해서 어떤 것도 블랙홀에서 탈출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눈은 블랙홀을 볼 수 없지만 과학자들은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블랙홀 주변의 가스와 먼지를 강력하게 빨아들일 때 방출하는 X-선 복사로 그 존재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우리은하 중심부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은 두꺼운 먼지와 가스로 뒤덮여 있어 X-선 방출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블랙홀은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밖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 안에 무엇을 던져넣든, 블랙홀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든 블랙홀은 항상 똑같아 보입니다.
3. 블랙홀의 성질과 구조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털없음 정리(no-hair theorem)란 블랙홀의 모든 특성은 질량, 전하, 각운동량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이론입니다. 이 세 성질을 제외하면, 모든 블랙홀은 정확히 같은 모양과 성질을 가지며, 여기서 '털'이란 블랙홀을 구분할 수 있는 특성을 뜻합니다. 결과적으로 블랙홀은 질량, 전하, 각운동량을 제외하고는 털이 나 있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블랙홀은 형성된 이후 안정된 상태에 도달하면 오로지 세 개의 독립적인 물리량인 질량, 전하, 각운동량만을 갖게 됩니다. 이 물리량이나 변수들이 동일한 두 개의 블랙홀은 고전역학을 통해 구분할 수 없습니다.
가장 간단한 블랙홀은 질량만 있고 전하나 각운동량을 가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블랙홀은 1916년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해를 발견한 카를 슈바르츠실트의 이름을 붙여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이라고 합니다. 어떤 블랙홀의 중력장과 그 블랙홀과 같은 질량을 가진 다른 구형 물체의 중력장 사이에는 관찰할 수 있는 차이점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블랙홀을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존재라고 이해하는 대중적 관념은 오로지 블랙홀의 지평선 주위에서만 옳습니다.
보다 일반적인 형태의 블랙홀에 대한 해석도 있습니다. 회전하지는 않고 전하만 가진 블랙홀은 라이스너-노르드스트룀 계량을 따르며 이것을 라이스너-노르드스트룀 블랙홀이라고 합니다. 그에 비해 전하는 없고 각운동량을 가진 블랙홀은 커 계량을 따르며 이것을 커 블랙홀이라고 합니다.
블랙홀은 대개 각운동량이나 전하량과는 독립적으로 질량에 따라 분류합니다. 블랙홀의 질량은 모든 양수값이 가능하지만, 전하량과 각운동량은 질량에 의해 제한됩니다. 블랙홀의 크기는 사건의 지평선 반경, 또는 슈바르츠실트 반경에 의해 결정됩니다.
블랙홀의 가장 큰 특징은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의 존재입니다. 사건의 지평선은 물질과 빛이 블랙홀의 질량을 향해 안으로 들어갈 수만 있고 밖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상의 경계를 말합니다. 그 어떤 것도, 빛조차도 사건의 지평선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탈출할 수 없습니다.
일반 상대론에 의해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질량의 존재가 시공간을 왜곡시키며 입자의 경로를 그 질량 방향으로 구부러지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에서는 이 왜곡이 매우 심해져서 블랙홀 바깥으로 향하는 경로가 존재할 수 없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