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暗黑物質, dark matter)이란 우주에 널리 분포하는 물질로서, 전자기파, 즉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으면서도 질량을 가지고 있는 어떠한 물질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물질을 뜻합니다.
암흑물질이 있는 곳에서는 그 중력 효과 때문에 주변 항성이나 은하의 운동이 교란되기도 하고, 빛의 경로가 굽어지기도 하는데, 이 같은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그 존재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지금도 전혀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존재를 '암흑'이라 부르며, 이를 '암흑물질 문제(dark matter problem)'라 합니다.
만약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현재 받아들여지고 있는 중력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중력적 현상을 포함하는 관측들은 암흑물질의 실재를 암시합니다.
암흑물질을 눈으로 직접 관찰한 사람이 아직 없기 때문에, 만약 암흑물질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중력을 통하지 않고는 일반 중입자 물질 및 복사와 거의 상호 작용하지 않아야만 합니다. 대부분의 암흑물질은 비중 입자로 생각할 수 있으며, 그것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어떤 아원자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암흑물질의 주요 후보는 아직 미발견된 새로운 종류의 기본 입자, 즉 약하게 상호 작용하는 무거운 입자(WIMP)입니다. 그리고 다른 가능성은 원시 블랙홀과 같은 블랙홀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암흑물질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특정 관측에 흥미를 가진 일부 천체물리학자들은 일반 상대성 이론의 표준 법칙의 다양한 수정들을 주장합니다. 수정 뉴턴역학, 텐서-벡터-스칼라 중력(tensor-vector-scalar gravity) 또는 엔트로피 적 중력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시된 모형 중 어느 것도 관측된 모든 현상을 한 번에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으며, 만일 중력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라도, 암흑물질의 일부 형태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1933년 우주론 역사상 가장 기묘한 내용을 담고 있는 주장이 발표되었습니다. "정체불명의 물질이 우주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우주 안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암흑물질의 존재를 인류에게 최초로 발표한 사람은 스위스 출신 물리학자인 '프리츠 츠비키'란 칼텍의 괴짜 교수였습니다. 츠비키는 머리털자리 은하단에 있는 은하들의 운동을 관측하던 중, 그 은하들이 뉴턴의 중력 법칙에 따르지 않고 예상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은하단 중심 둘레를 공전하는 은하들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눈에 보이는 머리털자리 은하단 질량의 중력만으로는 이 은하들의 운동을 붙잡아둘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을 통해 츠비키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는 개별 은하들의 빠른 운동 속도에도 불구하고 머리털자리 은하단이 해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이 은하단을 가득 채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머리털자리 은하단이 현 상태를 유지하려면 암흑물질의 양이 보이는 물질량보다 7배나 많아야 한다는 계산도 해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파격적인 주장이라서 학계에서 무시해 버린 후 그로부터 80여 년이 지난 현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암흑물질이 우리 우주의 운명을 결정할 거라는 데 반기를 드는 학자들은 이젠 거의 사라졌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우주 안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은하나 별 등의 일반물질은 단 4%이며, 나머지 96%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입니다. 그중 암흑물질이 22%이고, 암흑에너지는 74%입니다. 물질만을 본다면,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 물질의 84.6%를 차지합니다. 이는 아주 놀라운 우주의 현황 중 하나입니다.
현재 우주배경복사와 암흑물질 연구에서 선구적 역할을 하는 것은 윌킨슨 초단파 비등방 탐사선입니다. 이 위성은 2002년부터 몇 차례나 정밀한 우주배경복사 지도를 작성했으며, 그 결과 우주의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물질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윌킨슨 탐사선이 밝혀냈습니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생성 과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관측해서 얻어낸 우주의 은하 분포는 암흑물질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대 우주론의 결론입니다. 은하를 만드는 과정에서 암흑물질이 중력으로 거대구조를 미리 만들지 않았다면 현재와 같은 은하의 분포를 보이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제 암흑물질의 존재는 당연한 것이 되었고, 문제는 암흑물질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느냐는 것입니다. 과연 암흑물질의 성분은 무엇일까요? 암흑물질은 주로 중력을 통해 가시적 물질, 예를 들어 항성들과 행성들과 상호작용하는 모든 불질을 지칭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유형의 기본 입자로 구성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양성자들이나 중성자들과 같은 표준 중입자 물질로 구성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암흑물질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인류의 끈질긴 탐구욕은 머지않아 암흑물질에 관한 모든 의문을 말끔히 해소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인류 역사의 전 기간을 통해 우리가 접한 물질은 원자가 구성하는 물질 한가지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주를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질량이 원자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낯선 물질은 무엇일까요? 그것을 지배하는 법칙은 어떤 것일까요? 이것이 바로 앞으로 과학이 풀어야 할 최대의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